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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폐섬유화 진행 원인 규명... "과잉 면역 반응이 폐 굳힌다"


폐 조직이 서서히 굳어가는 난치성 질환인 특발성 폐 섬유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ATF3' 유전자가 폐 섬유화를 막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폐 질환의 새로운 원인 기전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발성 폐 섬유화는 폐 조직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면서 숨이 차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질환으로, 진단 후 수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병이다. ATF3는 몸이 염증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성화되는 유전자로, 면역 반응이 지나치게 강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ATF3 유전자가 없는 실험동물에 폐 섬유화를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한 뒤, 정상 실험동물과 비교해 폐 기능과 면역 반응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ATF3 유전자가 없는 실험동물에서 폐 용량이 정상군보다 20~25% 더 감소하고 폐가 더 딱딱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세포 변화도 뚜렷했다. 세균 등 외부 침입에 맞서는 면역세포 '호중구'가 10배 이상 늘었고, 조직 손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변한 대식세포도 6.5배 증가했다. 쉽게 말해 ATF3가 없으면 면역세포들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폐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ATF3 유전자가 폐를 지키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혔다는 것이다. ATF3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면역 반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아 폐 조직이 굳는 속도를 늦춘다. 반대로 이 유전자가 부족하면 면역세포가 폭주해 폐 섬유화가 빠르게 악화된다. 연구팀은 ATF3가 특발성 폐 섬유화를 비롯한 폐 섬유화 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국립보건연구원 홍세향 연구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폐 섬유화 진행 과정에서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과 조직 섬유화를 동시에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며 "ATF3 유전자가 염증 반응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고 폐 섬유화 진행을 완화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Loss of ATF3 exacerbates pulmonary fibrosis via enhanced neutrophil recruitment and profibrotic macrophage polarization: ATF3 결핍이 호중구 모집 증가 및 섬유화 촉진 대식세포 분극화를 통해 폐 섬유화를 악화시킨다)는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클리니컬 사이언스(Clinical Science)'에 게재됐다.